지난주 친구 따라 처음으로 대학로 소극장에 갔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라는 작품이었는데, 2시간 내내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소극장 특유의 밀착감이 관객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뮤지컬 시장이 예전 같지 않게 진화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몰입형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급부상하고 있다.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가 배우와 함께 호흡하거나, 객석이 회전하며 장면에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관객 수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20~30대 여성 관객의 비율이 45%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젊은 층이 공연 시장에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본 ‘빈센트 반 고흐’도 그런 흐름의 일부였다. 무대는 텅 빈 소극장이었지만, 조명과 영상,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고흐의 방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흐가 자살 직전에 쓴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울먹이고 있었다. 이런 경험은 영화나 드라마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공연의 힘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사실 그날 옆자리에 앉은 중년 아저씨도 끝까지 눈물을 훔치더라. 공연이 끝난 후 그분이 ‘이게 바로 라이브의 매력이지’라고 혼잣말하는 걸 들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나 혼자 산다’ 같은 1인 문화의 확산이다. 예전에는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가는 곳이었지만, 요즘은 혼자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혼공(혼자 공연 보기) 인증’ 게시글이 인기다. 어떤 이는 ‘혼자서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한다. 이 트렌드는 공연장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쳐, 일부 극장에서는 1인석을 늘리고 혼자 온 손님을 위한 굿즈 패키지를 판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학로의 한 소극장은 혼공족을 위해 ‘1인 관람권+와인 한 잔’ 패키지를 내놓았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나도 다음번에는 혼자 가서 공연에만 집중해볼까 싶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몇 개 있다. 첫째, ‘마타하리’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스파이 마타하리의 삶을 다뤘는데, 안무와 음악이 웨스트엔드 뺨친다는 평이다. 둘째, ‘드라큘라’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호러와 로맨스를 절묘하게 버무렸다. 특히 주인공이 관객석을 누비며 피를 빠는 연출이 압권이다. 셋째, ‘레미제라블’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최근 프로덕션은 무대 기술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바리케이드가 실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핫한 건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 뮤지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영미권 작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대세였다면, 지금은 한국 창작진이 직접 각색하거나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드는 경우가 늘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의 사례처럼, 한국의 청년 문화를 녹여낸 작품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힙합과 댄스를 접목해 젊은 관객을 사로잡았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K-컬처의 확산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얼마 전 본 대형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와 유명 배우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해서 실망했다. 특히 2막에서 이야기가 늘어지는 바람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이런 경험은 자주 있지 않지만, 그래도 실패를 겪으면서 내 취향이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나는 차라리 소극장에서 배우의 땀방울이 보이는 거리의 작품에 더 끌린다. 예를 들어, 지난달 본 ‘파랑새’는 배우가 단 3명뿐이었지만, 그들의 연기력 하나로 90분을 꽉 채웠다. 특히 배우의 눈빛 하나하나에서 감정이 전달되어, 대형 뮤지컬보다 더 큰 울림을 줬다.
마지막으로, 공연 관람의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VIP석이 15만 원을 넘나들다 보니, ‘티켓값 아깝지 않은 작품’을 고르는 게 중요해졌다. 나 같은 경우, 예매 전에 반드시 예고 영상과 리뷰를 체크한다. 특히 SNS에서 ‘별로’라는 키워드가 보이면 바로 패스한다. 또 할인 이벤트를 잘 활용하는 것도 팁이다. 인터파크나 예스24에서 제공하는 얼리버드 할인이나 제휴카드 할인을 받으면 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 최근에는 ‘문화누리카드’ 같은 정부 지원도 있어, 저소득층도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연간 10만 원까지 공연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뮤지컬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처럼 평소에 잘 안 가던 사람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다음 주에도 친구와 함께 ‘지킬 앤 하이드’를 예약해놨다. 또 어떤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실 얼마 전 지인에게 ‘요즘 뭐 재미있는 거 없냐’고 물었더니, ‘뮤지컬 보러 가라’고 강력 추천하더라.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공연장을 나설 때면 언제나 ‘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